​"한방병원에 가서 치료 받아라. 거기 어디지? 탄방역 옆에 있는거..."

  교통사로를 당해 대전에 머무는 우리 부부에게 시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대전토박이로 30년 넘게 살다가 서울에서 3년을 살았다. 잠시 대전을 비웠지만 그래도 왠만한 장소는 다 알고 있었다. 한방병원이라 하시길래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을 말씀하시나보다.'했다. 선뜻 병원에 데려다 주시겠다며 운전대를 잡으신 아버님의 목적지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오잉~ 여기는 내가 히야를 낳은 미즈여성병원이잖아. 이 근처에 한방병원이 있나.?' 하고 고개를 갸웃 하는데 도착했다고 내리라고 하시는 아버님. 미즈여성병원 맞은 편에 자생한방병원이 있었다. 탄방역 1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에 보이는 계룡건설 사옥을 지나면 바로 자생한방병원 건물이다. 2010년 4월에 개원했다고 하는데 왜 나는 몰랐을까? 서울에는 자생한방병원 광고판이 많아 알고 있었지만 대전에도 있는 줄은 몰랐다. '비싼만큼 좋다던 벨라쥬산후조리원이 여기 있었구나'

  대전자생한방병원은 12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지는 않고 1,2,3,9,10,11,12층을 사용한다. 입원실은 9층과 10층에 있는데 나는 1001호, 남편은 1005호 둘다 6인실에 배정되었다. 교통사고 환자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6인실 비용만 보험회사에서 내준다고 했다. 입원 하룻밤을 보내고 남편은 코골이가 심하다는 이유로 나머지5인으로부터 빗발치는 항의를 들어야만했다. 차액을 자비로 부담하는 것을 감수하고 1인실이나, 2인실로 변경해달라고 했다. 2인실에 자리가 있어 옮겼는데 병원의 배려로 1인실같은 2인실을 사용중이다. 차액은 약 7만원. 몸 아픈 것도 서러운데 잠이라도 편하게 자라는 남편을 향한 나의 배려다. (부부가 같이 2인실을 사용할 수는 없다. 입원 초짜인 나는 '부부인데 왜 안될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병원이 모텔이냐?"는 친구의 한마디에 이해했다.)

  입원하면 팔찌를 채워주는데 숫자의 의미는 '어느 정도 보행이 가능한가?'이다. 3은 잘 걸어 다니는 사람, 2는 보행보조도구를 사용하여 걷는 사람이니 1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 인 것 같다. 교통사과 환자로 입원한 나의 병원일과는 대략 이렇다.

7:30- 아침식사

8:30- 한약

9:00- 물리치료(2층)

12:30- 점심식사

2:00- 병실에서 침맞기(10층)

4:00- 원장님 진료, 추나, 약침(3층)

5:30- 저녁식사

6:00- 한약

  음영표시 된 치료는 그날 그날의 스케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리 병실에는 3명이 교통사고 환자, 3명이 일반환자인데 일반환자들은 점심식사 후에도 한약이 나온다. 한방병원의 치료비가 일반 정형외과에 비해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경험해보니 정말 비싸다. 추나치료 3만원, 약침 3-5만원, 신경근회복술 6-9만원, 입원 중 한약(일일) 4-5만원이니 하루에 20만원씩은 된다. 일반환자분들 중에는 이 외에 도수치료, 감압치료를 추가하시는 분도 있다.

 위의 스케줄을 기본으로 하여 틈틈이 12층 옥상공원에 올라가 살살 걷기운동을 하고, 공동샤워실에서 샤워도 하고(남편은 2인실이라 개인 욕실에서 샤워한다.) 휴게실에서 문병 온 친구들과 배달음식을 먹기도 한다. 잠깐 들른 친구들을 만날 때는 1층 던킨도너츠가 좋다. 옆 건물 1층에 파스쿠치가 있는데 병원에서 외출을 강하게 금지시키므로 쫄보인 나는 그 옆건물로 나가는 것도 혼날까봐 무섭다. 친구들이 방문할 때 보니, 지하에 주차한 친구는 도장없이 자유롭게 출차하고 1층에 주차한 친구는 도장을 받아 1시간 무료라는 말을 들었다. 입원환자가 장기주차를 할 때는 1일 만원의 주차료가 부과된다.

 환자가 원하면 침구와 입원복은 매일 오전10시에 간호사실에서 배급받을 수 있다. 침대에 누우면 옷장 옆에 자생추나베개에 대한 설명이 붙어있는데 고가의 제품이라 분실방지태그를 부착해놓았다는 글이다. 원래 베개를 안베고 자는 나는 특별하게 좋은점을 느끼지 못했다.

  이 병원에는 CT를 찍는 장비가 없다. 양방협진을 하는 병원이라 엑스레이, MRI 장비가 있어 당연히 CT도 있는 줄 알았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CT가 없어 촬영을 위해 유성하나로의원으로 가야만 했다. 간만에 바깥바람도 쐴겸 남편과 둘이 다녀오겠다고 하니 눈을 동그랗게 뜬 간호사가 절대 안된다고했다. 몇분 후, 하나로의원 엠뷸런스가 와서 나만 데리고 갔다 왔다. 엑스레이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미세골절이 발견되어 입원이 1주일 더 연장되었다.

  청소도 깨끗하게 해주시고, 매일 새 옷이 나오고, 무엇보다도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니 회복은 빨리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딸이 보고싶네.

 

2016/10/26 - [꼼꼼한 생각] - [육아] 홀로서기연습#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