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무생채를 담는다고 괜시리 바빠 지윤이 반찬에 신경을 못썼더니 아침 반찬이 없어 냉동실을 뒤적거렸다. 23개월, 이제 냉동식품 먹어도 되겠지하며 물만두와 해시브라운포테이토를 꺼내 조리를 시작했다.

  생후 6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먹이는 것에 많은 열정을 쏟았다. 끼니마다는 못해줘도 하루치 이상의 이유식은 만들어 두지 않았고, 돌이 지나 밥을 먹으면서 부터는 다양한 반찬을 해주려고 노력했다. 2.3키로의 작은 몸으로 태어났는데, 요리를 못하는 엄마를 만나 혹시나 못먹어 덜 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서 그랬는지 부지런떨었다. 맛을 내는데 유독 자신이 없는 나는 좋은 식재료로 신선하게 해주자 하고 마음 먹었고, 간을 안하는 유아식이 내 수준에 딱 맞았다. 국은 여전히 잘 주지 않는다. 밍밍한 미역국 계란국만 연신 마셔대던 지윤이에게 미안할 뿐이다.

  20개월이 넘어가면서 맛이 제법 강한 과자도 먹고, 비타민도 먹으니 식사에도 간을 조금씩 세게 하게 된다. 그런데 해주는 반찬이 늘 거기서 거기인것 같아 회의감이 몰려올 때가 많아 책을 두권이나 사두고 수시로 봐가며 새로운 반찬을 찾아본다.

"아직도 아침을 밥으로 먹여? 빵이랑 과일줘."

친구의 말. 그 친구도 애 하나 키우는데 여유롭고 베테랑스러운 저 말이 날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23개월에 들어선 지윤이에게 나는 좀 더 여유있어졌다. 그러다보니 냉장고에 지윤이 반찬이 없는 날도 생겨 뜻하지 않게 브런치스타일의 아침밥상이 되었다.

 

브런치메뉴

 

1. 물만두

반으로 잘라주면 포크로 찍어 잘 먹는다. 딸 둘을 키우는 친구가 지윤이 물만두 먹는 모습을 보고는 "나는 왜 애들 물만두 해줄 생각을 못했지? 오늘 당장가서 사와야겠다."라고 했을 때 뿌듯하기까지 했다. 군만두는 식으면 딱딱해져서 별로다. 풀무원생가득생물만두만 먹여봤다.

2. 해시브라운포테이토

얼마전 남편이 코스트코에 가서 혼자 장을 보고 와서는 "여보, 혼자 장보니까 눈치주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 좋더라." 하며 자신이 사온 물건들을 꺼내놨다. 본인 옷 2벌, 냉동게살볶음밥, 냉동새우볶음밥, 냉동,,냉동,, 그 것에 포함된 것이 냉동해시브라운포테이토였다. 그걸 내밀며 밝게 웃어보이던 남편. 그때는 '요리 못하는 아내둬서 냉동식품에 그렇게 목이 말랐나'하며 한심반, 씁쓸반이었는데 지윤이 반찬 없을 때 후딱 하니 좋다. 기름을 많이 넣어 그런가 잘 먹지는 않았다.

3. 계란부침

계란풀어 크래미넣고 부쳤더니 크래미만 골라먹었다. 나름 크래미도 진짜 게살이 포함된 것으로 구입했다.

4. 당근, 브로콜리

너무 냉동판이다 싶어 미안한 마음에 두가지 야채를 물에 데쳐 줬다. 물에 데칠 때 소금을 조금 넣어야한다길래 조금 넣었는데 채소가 짰다. 그래서 그랬나 채소를 제일 잘 먹었다.

 

  부모의 식습관이 아이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밥을 차려먹는 것이 귀찮고, 식사시간에 밥만 먹는 것이 지루하다.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먹는 것이 좋고, 혼자 먹을 때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빵과 면을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지윤이에게 차려주는 메뉴를 보면 열심히 세끼 밥은 챙겨주려 노력하지만 간식으로 빵을 권할 때가 많고 외식을 할때는 내가 거의 면을 고르기 때문에 지윤이도 면을 먹을 때가 많다. 지윤이를 먹이면서 나는 안먹고 수다를 떨때가 많고 폰으로 음악을 꼭 켜는 편이다. 남편은 페스트푸드를 좋아하는데 지윤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딸과의 데이트를 구실삼아 열심히 먹일 것 같다.

  지윤이의 이유식을 시작할 때 쯤, 시판주스는 되도록 늦게 먹이라던 친구의 조언이 있었다. 얼마 전 그 친구를 만났는데 "내가 그랬냐? 내가 육아오지랖을 떨었구나. 나 둘째는 막 먹인다." 이러면서 해맑게 웃었다. 또 다른 친구는 25개월 딸에게 한참 전부터 냉동핫도그를 케찹발라 간식으로 줬다고 했다. 잘먹는 그 아이의 모습에 반해 집에 돌아와 나도 지윤이에게 핫도그를 해줬으나 케찹만 핥아 먹어서 포기했다. 어디든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즐겁게 키우고 건강하게 자라는 한도 내에서 넓게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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